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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반시장의 현주소가 보이는 메탈리카 신보 기획 상품열전
    MetallicA 2008. 8. 21. 23:12
    9월 12일은 메탈리카 팬들에게 있어 무려 5년 만에 발매되는 신보 'Death Magnetic'을 영접하게 되는 뜻깊은 날이다. 이미 신보 트랙 중 하나인 'Cyanide'는 지난 Ozzfest 2008에서 밴드가 직접 공연한 바 있으며, 몇시간 후인 목요일 새벽에 드디어 'The day that never comes'가 정식 레코딩 사운드로 라디오 전파를 탈 예정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서 motorchang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얼핏 앨범 제목으로 검색을 해보니 이미 음반몰에서는 예약판매가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신보 관련해서 나오는 상품 목록이 이전에 비해 좀 범상치 않은 포스를 내뿜고 있다.
    네이버 음반몰에서 검색한 Death Magnetic 관련 기획상품

    <네이버 음반몰에서 검색한 Death Magnetic 관련 기획상품>


     
    당초 내가 구매하고자 생각했던 것은 CD 한 장이 고작이었는데, 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려가는 리스트를 보니 디지털 시대의 음반시장이 생존을 위해 얼마나 몸부림을 치고 있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구구절절한 상품들은 다들 어떤 차이로 저마다의 소장가치를 어필하고 있는 것일까?

    신보 'Death Magnetic' 관련 상품군

    <신보 'Death Magnetic' 관련 상품군>


    먼저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신보 관련 상품군. 내가 구매하고자 하는 달랑 CD 한 장짜리 상품을 포함해 몇가지 옵션 사양이 구분되어 있다.

    어떤 옵션인고 하니,
    5LP Box Set
    가장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원흉(?). 그렇다, LP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레코드판. CDP 세대에는 다소 생뚱맞을지 몰라도 메탈리카 팬층에는 LP세대가 상당비중 존재한다. 특히 초창기 골수팬이라면 금지곡 때문에 '빽판'을 구하러 청계천 등지를 뒤지고 다니던 추억도 있을 것이다. 이번 5LP셋은 이러한 매니아층을 겨냥하고 있다. 그런데 왜 5장이나 들어갈까? 이유는 간단하다. LP 한면에 정확히 한곡씩 기록되있는 것이다. 나 또한 CDP 세대라 이러한 LP 제작사양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motorchang의 설명과 검색 결과를 살펴본 바 LP면에 소리골이 적게 파여있으면 음질이 더 좋다고 한다. 레코드 매니아들은 흔히 35, 45RPM이니 하는 LP의 음질차는 CD와는 별개의 것이라고 한다. 디지털카메라가 아무리 쨍하고 선명한 화질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필름의 깊이를 흉내낼 수 없는 것처럼. 그런 점에서 이번 5LP셋은 motorchang의 표현대로 골수팬들의 골수를 빨아먹고자 하는, 실로 무시무시한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Mission Metallica Platinum Access Code / 초회한정 포스터 / 포스터박스
    이 옵션이 붙고 안붙고에 따라 거의 만원에 가까운 가격차이가 난다. 결국 이것들도 사은품 수준이 아닌 나름의 비용이 책정되어 있다는 얘기. 포스터 같은 경우는 이전에도, 또 다른 아티스트의 음반에서도 흔히 추가되는 항목이라 별다른 언급은 않겠다. 다만, 포스터 박스라는 것이 어떻게 생겨먹은 것인지는 궁금할 따름. 주목할 것은 'Mission Metallica Platinum Access Code'. 이게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니...사실은 물건도 아닌 무형의 품목이다.
    일찍이 냅스터 고발 등으로 음원의 불법 유출과 무단복제에 총대를 메고 홍역을 치른 바 있는 메탈리카. 그런 메탈리카가 이번 앨범 발매에 앞서서는 디지털 미디어의 유통이점을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기로 마음먹고 missionmetallica.com이라는 프로젝트 사이트를 만들었다. 이 사이트는 앨범을 만드는 작업과정이나 작곡중인 곡의 일부를 보여주면서 새앨범에 목말라있는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물론 매우 엄청나게 감질나는 수준이긴 하지만. 하지만 이것도 아무한테나 개방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동굴 앞에서 주문을 외우는 알리바바처럼 Access 코드를 입력해야 이러한 미디어들이 보여지는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조금 치사하다는 생각도 들 수 있지만,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인정하고 그 순기능을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메탈리카의 오픈 마인드에 깊이 공감했더랬다. 어쨋든 'Mission Metallica Platinum Access Code'는 바로 그런 물건이다. 마케팅 관련 직무 종사자라면 한번쯤 눈여겨 봐둘만한 시스템인 듯하다.

    저렴한 특판가격으로 판매되는 백카탈로그 상품군

    <저렴한 특판가격으로 판매되는 백카탈로그 상품군>


    이젠 음반도 끼워파는 시대다. 메탈리카의 전설과도 같은 저 걸작들이 9,900원이라는 헐값(?)에 올라온걸 보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지금 당장 구매할 수는 없고 새앨범과 같이 풀리는 기획상품. 레이블은 예전 Vertigo에서 유니버설뮤직으로 바뀌었다. 미국 레이블 역시 Elektra에서 워너브라더스로 바뀌었다고 하니 음반시장 구조의 변혁은 범세계적인 추세인 듯 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메탈음악을 전파하고자 할때의 선물용이나 미처 구비하지 못했던 앨범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찬스이기도 하다.

    소장용 LP 상품군

    <소장용 LP 상품군>


    위 상품군은 'Death Magnetic'의 5LP셋과 마찬가지로 LP콜렉터들은 겨냥한 상품군이다. 이미 몇년 전 한차례 발매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 신보발매와 한께 다시 준비되었다. 디럭스 버전이라는 옵션은 일반적인 LP 프레싱이 아닌 180g 재질에 신기술로 제작한 프레싱이다. 또한 45RPM으로 레코딩되어 고음질을 들려준다. 덕분에 앨범당 각각 2LP로 구성되어 있다.

    일단 '국내에' 소개된 것은 이정도이지만, 해외에서 들려오는 궁극의 아이템 소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Coffin Box Set'. 제목 그대로 관모양 케이스의 박스 셋인데 구성품은 데모CD, 메이킹DVD, 티셔츠, 기타피크 등 매우 유니크한 아이템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가격은 무려 18만 원대. 하지만 살 사람은 살것이니.

    불황이 심해질수록 소장가치를 무기로 삼은 매니아용 상품기획은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단골이 '봉'이라고, 팬들의 로열티를 철저한 수익모델로 구축하는 마케팅 덕분에 희소성있는 이런저런 상품들과 만나게 되기도 하지만, 지갑을 여는 시점에서 뒷맛이 썩 개운치만은 않다. 사고싶은 사람이 살만한 물건사는 자유경제시대이고 시장이 마땅한 수익모델을 찾지못해 어렵긴 하지만...음악을 즐기는 측면에서 개념줄 놓지 않는 수준은 맞춰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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